김욱진 2015. 9. 28. 13:08

                          등나무

 

 

 

 

등 돌리고 달아나는

봄기운 불끈 잡아당기다

움푹 패인 살  

속 얼마나 썩었으면

등이 저토록 휠까

뭉그러진 뼈마디 사이사이로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등, 

이 세상 태어나서

한 번도 누워 본 적 없는,   

나무처럼 

한 평생 누군가에게

등 한 번 돌린 적 없던

나의 할머니

바람 맞고 쓰러져 누워

하루에도 수 십 번 등 돌리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