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달은 아직 그 달이다/이상국

김욱진 2016. 7. 9. 08:38

                  달은 아직 그 달이다

                             이상국 

 


나 어렸을 적 보름이나 되어 시뻘건 달이 앞산 등성이 어디쯤 둥실 떠올라 허공 중천에 걸리면 어머니는 야아 야 달이 째지게 걸렸구나 하시고는 했는데, 달이 너무 무거워 하늘의 어딘가가 찢어질 것 같다는 것인지 혹은 당신의 가슴이 미어터지도록 그립게 걸렸다는 말인지 나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나는 이 말을 시로 만들기 위하여 거의 사십여년이나 애를 썼는데 여기까지밖에 못 왔다. 달은 아직 그 달이다. 

-신작시집 ‘달은 아직 그 달이다’(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