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진 2016. 11. 9. 18:21

               법거량

 

 

비슬산 도성암 부처님 뵈러 가는 중,

염주 알 주렁주렁 목에 걸고 서있는

고욤나무보살 만나 합장 삼배하고 엎드려 

고욤 한 알 한 알 주워 먹다

텅 빈 고요 다 삼킨 고욤 따먹고 싶어

나뭇가지 가까스로 손닿는 중, 

포행하고 돌아가던 스님 한 분   

내 손가락 훔쳐보며   

누구요? 하고 소리치는 중,

묵언정진하던 고요

문풍지처럼 바르르 떤다  

탁발 나온 고양이 한 마리 

두 눈에 불 켜고

저녁 공양 중인 부처님

밥상머리 꿇어앉아

어느 중의 마음

참마음이요 

묻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