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봄날은 갔다

김욱진 2016. 11. 9. 19:07

            봄날은 갔다 

 

 

안지랑 역에서

지팡이 짚은 꼬부랑 할머니가 전철 안으로 들어서자

노약자 석에 앉아있던 백발의 할아버지가 자리를 양보한다

멀찌감치 유리창에 찍힌 두 노인의 초상이

나의 뇌리 속으로 들어와 잽싸게 앉는다

할머니는 맞은 편 창 위에 붙은

결혼 광고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그 앞에 서있는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유심히 내려다보고 있다

그 사이 봄날은   

안지랑 곱창골목을 쏜살같이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