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두 시간/문성해
김욱진
2017. 12. 31. 15:17
두 시간
문성해
두 시간은 육신을 태우는데 걸리는 시간
활화산 같고 천둥 같고 불가사의한 기적이었던 몸이 소실되는 게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도 아니고 겨우 두 시간이라니
서럽고 애닯다가도
두 시간이면 영화 한 프로가 끝나기에 적당하고
애인과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영영 헤어지기에도 딱 좋고
목욕탕에서 때를 불려 씻기에도 충분하더라
한 사람 앞에 억만 시간이 펼쳐져 있어도
몸이 받아들이는 시간은 두 시간이면 족하다는 거
수업도 두 시간이 넘으면 벌써 뒤틀거나 딴생각을 하고
한창 사춘기의 사내아이는 그 시간이면 벌써 수염이 돋아나지
두 시간이면 여자가 배를 뒤틀며 아이를 쏟아내고
꽝꽝 얼었던 냉동고의 고기가 혈관과 살로 되돌아오지
삼촌의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슬픔도 잠깐 간이역에 들르는지
숙모와 사촌은 몸을 뒤틀며 울다가도
두 시간쯤 지나자
숨도 혈색도 돌아오더니
밥도 떡도 먹고
메시지 검색도 하는 거였다
「시와경계」2017.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