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내 고향/오탁번

김욱진 2018. 1. 15. 06:20

     내 고향

        오탁번

 

삽살개도 처마 밑 그늘 찾아

낮잠 자는 곳

장독대 항아리로 뛰어오르는

청개구리가

고개 떨군 해바라기 잎사귀로

숨어드는 곳

천둥산 너머 먹구름 몰려와서

여우비 한 줄기 뿌리면

살구나무가지에서

매미들이 잠들고

저녁쌀 구하러 간 어머니는

아직도 오지 않아

누룽지도 코딱지도 없는

배고픈 저녁나절

아랫마을 그 계집애가

정말 그리워서

검정고무신 벗어들고 달려가면

느티나무 그늘

뒷개울물처럼 출렁이고

박달재 고개마루에서

소쩍새만 급하게 울어대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