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11월의 어머니/윤준경

김욱진 2018. 1. 30. 09:06

      11월의 어머니

       윤준경

 

11월 들판에
빈 옥수숫대를 보면 나는
다가가 절하고 싶습니다
줄줄이 업어 기른 자식들 다 떠나고
속이 허한 어머니

큰애야, 고르게 돋아난 이빨로
어디 가서 차진 양식이 되었느냐
작은애야, 부실한 몸으로
누구의 기분 좋은 튀밥이 되었느냐
둘째야, 넌 단단히 익어서
가문의 대를 이을 씨앗이 되었느냐

11월의 바람을 몸으로 끌어안고
들판을 지키는 옥수숫대

날마다 부뚜막에 밥 한 그릇 떠놓으시고
뚜껑에 맺힌 눈물로
집 나간 아들 소식을 들으시며
죽어도 예서 죽는다 뿌리에 힘을 주는
11월 들판의 강한 어머니들에게
나는 오늘도 절하고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