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낙엽의 말 / 이기철

김욱진 2020. 1. 15. 22:13

낙엽의 말

이기철


함께 가고 싶어서,

낮게 살고 싶어서,

서로 손 잡고 싶어서,

저들만 아는 귀엣말을 속삭이고 싶어서,

바스락 소리도 음악으로 만들고 싶어서,

추위 오기 전에 서로 이불이 되어주고 싶어서,

바람이 불면 팔짱을 끼고 혹한을 견디고 싶어서,

내년 봄까진 알몸의 한 가족이 되고 싶어서,

부둥켜안고 섣달 정월을 이기고 싶어서,

공중은 외로워서,

땅으로 내린다.

낙엽.


(『시See』2019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