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우리 시대의 시창작론 / 오탁번
김욱진
2020. 9. 25. 11:18
우리 시대의 시창작론
오탁번
시를 시답게 쓸 것 없다
시는 시답잖게 써야 한다
껄껄껄 웃으면서 악수하고
이데올로기다 모더니즘이다 하며
적당히 분바르고 개칠도 하고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똥끝타게 쏘다니면 된다
똥냄새도 안 나는
걸레냄새 나는 방귀나 뀌면서
그냥저냥 살아가면 된다
된장에 풋고추 찍어 보리밥 먹고
뻥뻥 뀌어대는 우리네 방귀야말로
얼마나 똥냄새가 기분 좋게 났던가
이 따위 처억에 젖어서도 안 된다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옛마을이나
개불알꽃에 대한 명상도
아예 엄두 내지 말아야 한다
시를 시답게 쓸 것 없다
시는 시답잖게 써야 한다
걸레처럼 살면서
깃발 같은 시를 쓰는 척하면 된다
걸레도 양잿물에 된통 빨아서
풀먹여 다림질하면 깃발이 된다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 된다
-벙그는 난초꽃의 고요 앞에서
『우리 시대의 시창작론』을 쓰고 있을 때
내 마빡에서 별안간
'네 이놈!'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만 연필이 뚝 부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