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진 2010. 12. 4. 23:14

             

                 빈집

 

 

머잖아 누군가에게 나눠 줄 집 있다

쪽방 몇 칸과 시상에 번진 피 한 방울

         사랑의 바이러스가 속살처럼 되살아나는 그 순간까지 

           

  제일 꼭대기 층엔 골방 둘        

  그 아래층은 오감五感이 자동으로 감지되는    

초능력 통신망 닥지닥지 붙은 방 다섯             

거기서 숨 한번 길게 들어 쉬고 내려서면     

마주 보고 마음 나누는 방이 둘    

그 아래 밥집 한 채 또 그 아랜 똥집

맨 아래층엔 몸종 거처하는 행랑채 둘,


빈집, 


문풍지 같은 기억 꿀꺽 집어삼킬 바람 오기 전에

불쏘시개 할 솔가지나 몇 주워 와   

군불 그득 지펴 두고               

싸늘해오는 나를 가만 들여다보라, 잠시나마

 

        (2010 시문학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