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나비, 참을 수 없이 무거운 / 강문숙

김욱진 2025. 5. 29. 00:03

나비, 참을 수 없이 무거운

강문숙

 

 

  나비의 날갯짓을 가벼움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보편적이다, 하지만 나비의 고요한 순응이 진심이 아닐지도 그 날갯짓의 무게는 참을 수 없이 무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얘야, 나비 곁에서 눈 비비지 마라 네 눈이 멀어 버리질지도 몰라 허공에 찍힌 필사적인 날개의 지문을 보았는지 엄마는 꽃밭 근처에도 못 가게 했다

  

  날개가 공기의 저항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체온은 30도, 있는 힘 다해 허공의 계단을 짚으며 날아가던 나비의 근육이 터지기 직전 날개는 찢어질 듯 얇아지며 천천히 접혔다 펼쳐지는 동어반복으로 겨우 허공을 간섭하다가 끝내 꽃에게로 투신한다 그 순간의 고요함이란 가까스로 태풍의 눈 속에 들어가 먼바다를 건너는 나비의 꿈이 시작되었다는 에두름이다

 

  하필 저 무거운 생이 나비라는 이름의 가벼움 앞에서 울지도 못할 때가 있는데 여름비가 채 그치지도 않은 꽃밭을 성급하게 날아다니는 나비를 바라보는 엄마의 염려가 거미줄에 분홍빛 물방울처럼 걸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