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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김욱진 2013. 10. 17. 22:15

       설날 아침

 

 

 

해바라기 한 대궁

떡국 받아먹는 집고양이 넘다보며

담 밖에서 세배를 한다

조간신문은 또 나에게

해바라기성 짓거리라고 대서특필하겠지

나는 오로지

딴눈 팔지 않고 올곧게 자라

굶주린 새들의 먹이나 되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목줄 타는 한여름 뙤약볕에도

구정물 같은 욕 다 얻어먹으며

살다보니 저절로 고개 푹 숙여지던데

설날 아침

내 머리맡에 날아 앉은 참새 노부부

여태 자식 놈에게

지푸라기 하나 물려준 것 없다며

올해는 우리도

며느리 손주 가슴에 해바라기 씨나 심자며

종알종알 덕담 나누는 새

빠진 깃털, 내 아랫도리 폭 덮어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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