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널
설날 아침
김욱진
2013. 10. 17. 22:15
설날 아침
해바라기 한 대궁
떡국 받아먹는 집고양이 넘다보며
담 밖에서 세배를 한다
조간신문은 또 나에게
해바라기성 짓거리라고 대서특필하겠지
나는 오로지
딴눈 팔지 않고 올곧게 자라
굶주린 새들의 먹이나 되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목줄 타는 한여름 뙤약볕에도
구정물 같은 욕 다 얻어먹으며
살다보니 저절로 고개 푹 숙여지던데
설날 아침
내 머리맡에 날아 앉은 참새 노부부
여태 자식 놈에게
지푸라기 하나 물려준 것 없다며
올해는 우리도
며느리 손주 가슴에 해바라기 씨나 심자며
종알종알 덕담 나누는 새
빠진 깃털, 내 아랫도리 폭 덮어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