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함순례
매미 소리 물고 잠자리 날아든다
장맛비에 물러터진 복숭아처럼 꼭지 잃은 말들이 썩어가는 동안 3억 년
이상 아름다운 비행 멈추지 않은 널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교정지와 출판사와 제본소 오가는 사이 뜨거운 햇살과 내통한 듯 비틀거리던
기억이 난다 짧은 그늘 비껴 걸으며 눈빛 붉어지고 입안에 단내 풍겨나왔다
그 때마다 깨물던 밥풀과자 날린다
여름 물가에서 차례차례 껍질 벗고 오늘 아침 창가에 투명한 그물 펼치는 잠자리떼,
내 발목에도 말랑한 피가 도는 것이다
지금 난 겹눈 훔쳐 달고 검붉은 자루 속 빠져 나오는 중이다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벚나무 실업률/손택수 (0) | 2013.12.29 |
---|---|
아배 생각/안상학 (0) | 2013.12.29 |
물새에게 쓰고 싶은 편지 (0) | 2013.12.29 |
비밀/김명인 (0) | 2013.12.29 |
쑥부쟁이/양채영 (0) | 2013.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