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시인의 말 대들보와 주춧돌 찾느라 온 산천을 찾아 헤맸다. 늦깎이 등단한 지 5년, 다섯 기둥으로 엮은 시의 집을 이제 겨우 드러낸다. 여러 번 지었다 부수고 했지만, 처음 짓는 집이라 허술하기 그지없다. 바람 술술 들어오는 까치집 같기도 하고, 지나가는 비바람 피할 원두막 같기도 하.. ♧...비슬산 사계 2010.05.21
목차 제 1부 도반道伴 도성암 가는 길1-비슬산1 도성암 가는 길2-비슬산2 도반道伴-비슬산3 선방禪房에서-비슬산4 느티나무-비슬산5 은행나무1-비슬산6 은행나무2-비슬산7 은행나무3-비슬산8 소재사에 가다-비슬산9 가을 속의 나-비슬산10 비슬산 사계-비슬산11 진오선사眞悟禪師 다비식-비슬산12 제 2부 가난한 .. ♧...비슬산 사계 2010.05.21
도성암 가는 길1 도성암*가는 길1 -비슬산1 멀리 동녘 바다 햇살 한 바랑 담아와 산문山門 활짝 열고 새벽 예불하던 산새 한 마리 바위 틈새 쪼그리고 앉은 내 마음 몇 모금 물고 휜 산허리 접어 오를 제, 어디선가 무심히 스며드는 산사의 종소리 그 여음餘音 사이로 물안개 피어오르고 어느 새 날갯죽지 .. ♧...비슬산 사계 2010.05.21
도성암 가는 길2 도성암 가는 길2 -비슬산2 소슬바람 눈치 살피며 까투리 한 마리 오므렸던 날개를 펴다 그 틈새로 으스름 달빛 한 바랑 걸머지고 낯익은 오솔길 들어서다 그림자마저 지우고픈 가을 어스름 어디선가 날다람쥐 한 마리 잔솔가지 타고 내려와 내 그림자 밟고 지나가다 도성암 가는 길섶 뭉게구름인 양 퍼.. ♧...비슬산 사계 2010.05.21
도반 도반道伴 -비슬산3 저녁 공양 마친 개 한 마리가 방선放禪하듯 절집 마당을 빙빙 돌고 있다 너덕너덕 기운 옷 걸친 노스님이 혓바닥 길게 내민 견공의 목줄을 잡고 묵정밭 매듯 무심히 따라 돌고 있다 연못 속에 우두커니 물구나무선 내 가랑이 새로 길을 낸 물고기들이 바깥세상 환히 들.. ♧...비슬산 사계 2010.05.21
선방에서 선방禪房에서 -비슬산4 풍경 소리 한 바랑 걸머지고 저녁노을 도반道伴 삼아 바람의 아궁이에 향불 사르다 홀연 스쳐 지나는 저승 길섶 잔설殘雪에 기댄 햇살 몇 줌 주워 관음보살 입술에 사르르 군불 지피니 비슬산 자락이 온통 염불 소리로 달아오르네 ♧...비슬산 사계 2010.05.21
느티나무 느티나무 -비슬산5 길을 가다 돌부리 걸려 넘어지는 날이면 홀로 그대 찾아와 세상 사는 법 묻고 또 묻고 돌아간 적 한두 번이 아니라네 사화로 얼룩진 세월의 칡넝쿨 속에서도 그대는 꼿꼿이 살아 남아 오갈 데 없는 영혼들의 둥지 되어주었네 나 오늘은 돌확처럼 움푹 팬 그대 품에서 뱀처럼 똬리 틀.. ♧...비슬산 사계 2010.05.21
은행나무1 은행나무1 -비슬산6 갈바람 편으로 늦둥이 키운 얘기 빼곡 적힌 육아일기 같은 청첩장을 받았다 황혼이혼마저 숱하게 벌어지는 요즘 세상 묵은 정 하나로 아들딸 주렁주렁 낳아 시집 장가보내는 혼주의 얼굴이 보고 싶은지 어디선가 하나 둘 짝지어 모여든 청춘 하객들 유가사* 입구 한 .. ♧...비슬산 사계 2010.05.21
은행나무2 은행나무2 -비슬산7 그도 나처럼 혼자인 것 같아 가만 다가가 보니 정겹게 마주선 채 환히 웃고 있는 수도암* 은행나무 노부부 외곬으로 행랑채 지키며 백년을 하루같이 거북바위 곁에서 주렁주렁 아들 낳고 딸 낳고 천년을 하루같이 살고 있네 나에게 속지 말라고 되뇌셨던 성철 큰스님의 말씀처럼 알.. ♧...비슬산 사계 2010.05.21
은행나무3 은행나무3 -비슬산8 비바람 화두삼아 일심으로 묵언정진해 온 은행나무-관세음보살 암자 한 모퉁이서 세상 번뇌란 번뇌는 다 녹여버린 듯 온 몸에서 알알이 토해내는 금빛사리 샛노란 법석法席 위로 참새들 사뿐 내려앉아 회향回向 법문 청하며 염불하는 사이 주장자 빼앗아 달아나는 늦가을 햇살 ♧...비슬산 사계 201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