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대들보와 주춧돌 찾느라 온 산천을 찾아 헤맸다. 늦깎이 등단한 지 5년, 다섯 기둥으로 엮은 시의 집을 이제 겨우 드러낸다. 여러 번 지었다 부수고 했지만, 처음 짓는 집이라 허술하기 그지없다. 바람 술술 들어오는 까치집 같기도 하고, 지나가는 비바람 피할 원두막 같기도 하다. 비뚤비뚤 서 있는 기둥마다 사계의 그림자 드리운다. 밑기둥은 어린 시절부터 자주 드나든 절집 인연으로 소중히 키워온 나무 한그루 빚어 세웠다. 둘째 기둥은 어릴 적 버려둔 기억의 잔가지들을 긁어모았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쌍둥이 기둥으로 여기저기 떠돌며 주워다놓은 보잘 것 없는 살림살이들이다. 다섯 번째 기둥은 얽히고설킨 인간세상의 지푸라기들을 이엉 엮듯 다듬어 새로 손질한 것이다. 집 한 채 얽어놓고 바라보니 부끄럽다. 아무쪼록 누구라도 부담 없이 와서 차 한 잔 마시며 쉬어 갈 수 있는 쉼터였으면 좋겠다.
2009년 3월
松林 山房에서
김욱진 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