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13

도반道伴

도반道伴 저녁 공양 마친 개 한 마리가 방선放禪하듯 절집 마당을 빙빙 돌고 있다 너덕너덕 기운 옷 걸친 노스님이 혓바닥 길게 내민 견공의 목줄을 잡고 묵정밭 매듯 무심히 따라 돌고 있다 연못 속에 우두커니 물구나무선 내 가랑이 새로 길을 낸 물고기들이 바깥세상 환히 들여다보고 있다 법당 앞 반석 위에 쪼그리고 앉은 밤 고양이의 눈빛 휘돌아나가는 보름달처럼

짧은시 2022.04.28

달팽이 뒷간

달팽이 뒷간* 병산서원 가면울타리 밖 하늘 열린 허름한달팽이 뒷간에 앉아큰 볼일 한번 볼 일이다흠흠, 인기척 소리 내며머슴살이 잠시나마 해볼 일이다풀지 못한 근심 다 내려놓고조용히 뒤돌아볼 일이다병산서원에서  한평생 머슴 노릇하고 있는달팽이 한 마리, 흠흠  *달팽이 뒷간:400여 년 전 안동 병산서원 입구 지어진 머슴들의 화장실로 달팽이 모양새임.

짧은시 2022.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