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그늘 등나무 아래서 등 굽은 할머니 두 분 마주보고 앉아 주고받는 얘기 등 너머로 엿듣는다 지난 번 디스큰가 뭔가 튀어나왔다더니 수술은 했어? 아니, 가끔 다리 좀 저려도 그냥 등 굽히고 살기로 마음먹었어 드나나나 등 굽히고 꾸벅꾸벅 절하며 지내보니 아들 딸 며느리도 좋아하고 손주 녀석들까지 다 좋아하던데, 뭘 등 꼬장꼬장 세우고 살 때보다 용돈받기도 영 수월하고, 하여튼 그래 그늘 드리워진 등 한쪽, 써늘하다 짧은시 2022.04.28
반딧불이 반딧불이 테크, 노폴리스였던 비슬산 자락 테크노폴리스로 확 바뀌었다 반딧불이 날아다니던 숲길로 반딧불이 전기차 엉금엉금 기어다닌다 아이러니하게도 날아다니던 반딧불이는 테크, 노폴리스로 쫓겨났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반딧불이 두 마리가 그 길을 누비고 다닌다 비슬산 숲 속.. 짧은시 2020.03.18
산중문답 산중문답 비슬산 문필봉 앞머리만 들어서면 구름도 운을 떼고 날아가는 새들도 지저귀는데 글께나 쓰고 읽었다는 나는 말 한 마디 못 붙이고 멀뚱멀뚱 먼 산 젖가슴만 쳐다보네 허허 참, 소쩍새는 날 보고 붉게, 붉게 붓질하는 참꽃 낙관이라도 하나 콕, 찍어 가라 그러네 짧은시 2020.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