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그늘

김욱진 2022. 4. 28. 12:58

그늘

 

 

등나무 아래서

등 굽은 할머니 두 분 

마주보고 앉아 주고받는 얘기

등 너머로 엿듣는다

지난 번 디스큰가 뭔가 튀어나왔다더니

수술은 했어?

아니, 가끔 다리 좀 저려도

그냥 등 굽히고 살기로 마음먹었어 

드나나나 등 굽히고

꾸벅꾸벅 절하며 지내보니

아들 딸 며느리도 좋아하고

손주 녀석들까지 다 좋아하던데, 뭘

등 꼬장꼬장 세우고 살 때보다

용돈받기도 영 수월하고, 하여튼 그래 

그늘 드리워진 등 한쪽, 써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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