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달팽이 뒷간

김욱진 2022. 4. 28. 13:03

달팽이 뒷간*

 

병산서원 가면

울타리 밖 하늘 열린 허름한

달팽이 뒷간에 앉아

큰 볼일 한번 볼 일이다

흠흠, 인기척 소리 내며

머슴살이 잠시나마 해볼 일이다

풀지 못한 근심 다 내려놓고

조용히 뒤돌아볼 일이다

병산서원에서  

한평생 머슴 노릇하고 있는

달팽이 한 마리, 흠흠

  

*달팽이 뒷간:400여 년 전 안동 병산서원 입구 지어진 머슴들의 화장실로 달팽이 모양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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