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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네

돌리네*김욱진 상주 함창 공갈못 따돌리고시인 여섯, 나의 고향 문경문학관 가는 길굽이굽이 돌고 돌다황새골 돌리네 습지로 발길 대뜸 돌리네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처럼억새로 둘러싸인 돌리네웅덩이 속 들여다보았네봄나들이 나온 올챙이 오글오글 청첩장을 돌리네꼬리진달래 활짝 피는 6월이면두꺼비로 엉금엉금 기어 다닌다는 풍문도 살랑살랑발가락 휘젓고 돌아다니는 소금쟁이들은먼 길 돌고 돌아온 산 그리메 빙글빙글 돌리네물속에 있는 둥 없는 둥 숨어서요 벌레 조 벌레 잡아먹다 들통난 들통발난, 수초란 말이야민망한 듯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네그 사이 황조롱이 한 마리 날아 앉아돌리네 해설하는 영감님 말씀고대로 씨불이기라도 하듯키득키득 웃음 한바탕씩 죽 돌리네따돌릴세라, 바람피우고 돌아온 원앙수달 담비 삵 능구렁이 사진 앞에서..

♧...발표작 12:34:54

발자국 외 1편 / 강승태

발자국 강태승가을이 오니 하느님 詩도 여물었다콩깍지 여름 비틀어 허공에다 던지고박주가리 퉁명스레 발길질하는 씨앗호박 잎새가 말씀인 양 간직한다청설모가 먹다 남은 도토리는그냥 두어도 봄이면 돋는 말씀첫눈이 가을 끝자락 잡고 날면하느님 발자국 줄기마다 찍히고,아무도 다니지 않는 산골짜기다람쥐 외롭지 않게 떠도는 구름걱정 없이 개구리 잠들게 하시되봄이면 진달래 탈 없이 돌아와,폭설보다 많이 피는 하느님 말씀잔소리처럼 깨어나는 민들레 냉이논두렁 밭두렁에 그런 척 아닌 척씀바귀 엉겅퀴도 웃으며 일어나겠지. 쓸쓸함의 비결 강태승 걷다가 너무 힘들어 돌아보니저승 고개를 혼자 넘고 있다한때는 가지마다 무성한 잎사귀매미도 한자리 차지하고 놀았고뱀과 개구리도 으슥한 기슭자기 주소지라며 주장한 나무바람이 걷어차면 건들거리며..

♧...참한詩 2026.10.03

결에 관하여 / 조창환

결에 관하여조창환 나무에만 결이 있는 게 아니라돌에도 결이 있는 걸 알고 난 후오래된 비석을 보면 손으로쓰다듬는 버릇이 생겼다 돌의 결에 맞추어 잘 쪼아낸글씨를 보면돌을 파서 글자를 새긴 것이 아니라글자를 끌어안고 돌의 결이몸부림친 흔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나긴 기억들, 거미줄에 걸린잠자리 같은파르르 떨다 파득거리다이제사 먼지 속에 가라앉은 것들목숨이 제 결을 따라고꾸라진 흔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무거운 밤 내 앞에 있는 목숨마주 보며 나는혹 한 번쯤 더 고꾸라질 수 있을까를생각한다 어느 무거운 밤, 어둠 속에서오래된 비석 같은흔적, 결 따라 파인, 쓰다듬을 때지나간 시간들, 큰 결 따라흔들리는 무늬였음을 깨닫는다

♧...참한詩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