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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최 氏 / 황주현

목수 최 氏 황주현 우리 마을에서 가장 무거운 사람은목수 최 氏입니다​최 氏는 수시로 망치를 사용합니다망치를 든 오른팔은 왼팔보다 조금 더 깁니다망치를 들고 있을 때의 최 氏는 눈빛이 울퉁불퉁합니다쇳소리가 몸속에 가장 많이 쌓여 있어무게로 따진다면 최 氏는 그중 제일 무거운 사람입니다​깊이에 대해,깊이를 파고들고 남은 부위에 대해서도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못 하나로 집을 지을 때도 그 못 하나로집을 허무는 일까지를 염두에 둡니다그러니 속내와 표면에 대해선최 氏에게 물어야 합니다​때리는 힘과 파고드는 속도어떤 말이 휘어지지 않는지, 쉽게 구부러지는지또 어떤 말이 망치를 이겨 먹는지최 氏는 알고 있습니다​언젠가 나도 최 氏에게 휘어지지 않는 말을얻어 온 적이 있습니다망치를 내려놓아야 박혀 있는 말을 ..

♧...참한詩 2026.09.09

돌아오기 위해서/정일근

돌아오기 위해서정일근 묶여보지 않은 사람떠나는 꿈 꾸지 못하지떠나지 못하는 사람다시 돌아오겠다, 고뜨겁게 약속하지 못하지그래 떠나겠어, 라는 결심은두 발 묶여 사는 사람만의 꿈저기 사궁두미 어부는 내일 다시 뒤돌아보지 않고더 큰 바다로 떠나기 위해오늘 흔들리는 배밧줄로 단단히 묶어놓는 거지사람이며 사람의 인생이며알고 보면 그런 거지떠나온 곳으로돌아가기 위해 묶여서 살지인연에 꼭꼭 사랑에 꼭꼭자기 자신 친친 묶고 사는 거지살다가 시간이 되면미련 없이 훨훨 떠나기 위해혹은 나 떠난 뒤에 울어줄 당신에게로다시 표표히 돌아오기 위해.

♧...참한詩 2026.09.06

고인돌 / 문인수

고인돌문인수 죽음이 참 엄청 무겁겠다.깜깜하겠다.초록 이쁜 담쟁이넝쿨이 이 미련한, 시꺼먼 바윗덩이를 사방 묶으며 타넘고 있는데, 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그 한복판에 살짝 앉았다.날아오른다. 아,죽음의 뚜껑이 열렸다.너무 높이 들어올린 바람에풀들이 한꺼번에 다 쏟아져나왔다.그 어떤 무게가, 암흙이 또 이 사태를 덮겠느냐, 질펀하게 펼쳐지는.대낮이 번쩍 눈에 부시다.

♧...참한詩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