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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 문인수

고인돌문인수 죽음이 참 엄청 무겁겠다.깜깜하겠다.초록 이쁜 담쟁이넝쿨이 이 미련한, 시꺼먼 바윗덩이를 사방 묶으며 타넘고 있는데, 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그 한복판에 살짝 앉았다.날아오른다. 아,죽음의 뚜껑이 열렸다.너무 높이 들어올린 바람에풀들이 한꺼번에 다 쏟아져나왔다.그 어떤 무게가, 암흙이 또 이 사태를 덮겠느냐, 질펀하게 펼쳐지는.대낮이 번쩍 눈에 부시다.

♧...참한詩 2026.08.21

말복

말복김욱진 복권 집 앞 길게 줄선 검은 세단들 세상의 복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태중에서 지고 온 명줄이거나 간밤 개꿈이 던져준 수억의 숫자들이거나제 몫의 복 저마다 줄 세워 놓았다중복 지나 이제 말복 나는 멀찍이 서서 입속 말 몇 개 굴리며남의 복 슬쩍 훔칠 궁리나 하다가애꿎은 종이쪽지 대신 내 복 밑천만 까먹는다말복인지말의 복인지속 빈 북 하나 둥둥 텅 빈 소리만길 위로 오래 굴러간다 (2026 월간시인 8월호)

♧...발표작 2026.08.19

새신부

새신부김욱진 어이쿠, 울 엄니냉동고 속에서잘도 주무신다평생 전기세 아낀다고선풍기도 틀지 않고부채질만 하시더니만삼일 밤을한 숨도 깨지 않고입은 합죽눈은 우묵 들어간 채얼었다아니, 얼렸다암만 죽이고엄만 살렸다상례 한 판 벌이고이제, 진짜 화장을 해야 할 시간머리를 빗기고손톱 발톱을 깎아얼굴에 연지곤지 바르고 나니엄니, 꼭 시집가는 새신부 같아나 혼자 울고 있는 사이엄니는 화장을 다 마쳤다 한 번도 뜨겁지 못했던 평생이한 줌 재로 하얗게 웃는다 (2026월간시인 8월호)

♧...발표작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