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에 관하여조창환 나무에만 결이 있는 게 아니라돌에도 결이 있는 걸 알고 난 후오래된 비석을 보면 손으로쓰다듬는 버릇이 생겼다 돌의 결에 맞추어 잘 쪼아낸글씨를 보면돌을 파서 글자를 새긴 것이 아니라글자를 끌어안고 돌의 결이몸부림친 흔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나긴 기억들, 거미줄에 걸린잠자리 같은파르르 떨다 파득거리다이제사 먼지 속에 가라앉은 것들목숨이 제 결을 따라고꾸라진 흔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무거운 밤 내 앞에 있는 목숨마주 보며 나는혹 한 번쯤 더 고꾸라질 수 있을까를생각한다 어느 무거운 밤, 어둠 속에서오래된 비석 같은흔적, 결 따라 파인, 쓰다듬을 때지나간 시간들, 큰 결 따라흔들리는 무늬였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