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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시화전 / 김욱진

늦가을 시화전김욱진 얼마 전, 엄니 살던 흙집에서 시화전을 열었다 틈틈이 주워 모은 기왓장에다 연꽃 그림 그리고 시 몇 구절 적어 마당 구석구석 세워뒀다 이게, 시처럼 그림처럼 보였던지 오가는 개미들은 줄지어 서서 한참 쳐다보다 가고 동네 길고양이들은 재능 기부하듯 야옹야옹 자작시 낭송도 하고, 그 소문 듣고 찾아온 벌 나비는 시향에 흠뻑 젖어 훨훨 춤도 추고 시화가 뭔 줄도 모르는 거미들은 처마 밑 허공에다 습작하듯 그림 같은 시 줄줄 걸쳐놓고 이 줄 저 줄 밑줄 그어가며 붓질하느라 분주하고 어디선가 귀티 나는 새도 한 마리 날아와 훗훗, 하며 시를 읊었다   비슬산 문필봉이 나를 내려다보며 그냥 붓 가는 대로 그리고 쓴 것 그게 다 그림이고 시라는 말씀 한마디 후투티처럼 훅, 던지고 갔다  (202..

♧...발표작 2024.10.22

선사 법문 / 김욱진

선사 법문-이만翁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에 가면2만 년 전 살던 고인돌사람 한 분 모로 누워계신다얼마 전 코로나 예방주사도 맞고입마개도 하고 있더니만오늘은 대한민국 0.72 라는 명패 달고눈물을 흘리고 있네헐, 저게 뭐지0.72가 이름일 리는 만무하고시력이 0.72란 말인가그럼, 안경을 씌워뒀을 텐데 것도 아니고차 쌩쌩 달리는 길섶에서환생한 고인돌이 눈물까지 보이고아, 이는 분명 무슨 곡절이 있을 터언저리 선사시대 사람들 만나 여쭤봐야지죽음이 살아 숨 쉬는 골목 한 모퉁이무덤 앞에 서있는 돌이 눈에 띈다선돌마다 새겨진 그림, 자는 또 뭐지다짜고짜 팻말에 적힌 자한테 물어보니이 암각화 속엔 다산의 의미가 숨겨져 있었네그래, 맞아요즘 사람들 아이 낳지 않는다는 소식 듣고속..

카테고리 없음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