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44

삶이 나를 불렀다 / 김재진

삶이 나를 불렀다 ​김재진  ​삶이 나를 불렀다한 때는 열심히 사는 것만이 삶인 줄 알았다남보다 목소리 높이진 않았지만결코 턱 없이 손해보며 살려하진 않던 그런 것이삶인 줄 알았다북한산이 막 신록으로 갈아입던 어느날지금까지의 삶이 문득 목소리 바꿔 나를 불렀다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고 있는 건가?반짝이는 풀잎과 구르는 개울하찮게 여겨왔던 한 마리 무당벌레가 알고 있는미세한 자연의 이치도 알지 못하면서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듯 착각하며그렇게 부대끼는 것이 삶인 줄만 알았다.북한산의 신록이 단풍으로 바뀌기까지노적봉의 그 벗겨진 이마가 마침내 적설에 덮이기까지아무것도 모르면서나는 그렇게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살아왔다

♧...참한詩 2025.02.03

연못을 웃긴 일 / 손택수

연못을 웃긴 일 손택수  못물에 꽃을 뿌려보조개를 파다​연못이 웃고내가 웃다​연못가 바위들도 실실물주름에 웃다​많은 일이 있었으나기억에는 없고​못가의 벚나무 옆에앉아 있었던 일​꽃가지 흔들어 연못겨드랑이에 간질밥을 먹인 일​물고기들이 입을 벌리고올라온 일​다사다난했던 일과 중엔 그중이것만이 기억에 남는다

♧...참한詩 2025.01.21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2 / 권정생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2​권정생 ​도모꼬는 아홉 살나는 여덟 살이학년인 도모꼬가일학년인 나한테 숙제를 해달라고 자주 찾아왔다​어느 날, 윗집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도모꼬는 나중에 정생이한테시집가면 되겠네 했다​앞집 옆집 이웃 아주머니들이 모두 쳐다보는 데서도모꼬가 말했다.정생이는 못생겨서 싫어요!​오십 년이 지난 지금도도모꼬 생각만 나면이가 갈린다.

♧...참한詩 202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