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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를 포기하다 /복효근

로또를 포기하다복효근​똥을 쌌다누렇게 빛을 내는 황금 똥깨어보니 꿈이었다들은 바는 있어 부정 탈까 발설하지 않고맨 처음 떠오르는 숫자를 기억해두었다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어려운 두 누나 집도 지어주고자동차를 바꾸고 아내도아니, 아내는 이쁜 두 딸을 낳아주었으니남 보는 눈도 있고 하니 좀 더 생각해 볼 것이다직장도 바꾸고물론 시도 쓰지 않을 것이다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시인이라는 이름이 버겁기만 하고머리털 빠지는 그 짓을뚝심 좋은 이정록 같은 이에게나 맡길 것이다내일 퇴근길에 들러서 사 올까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어디서 로또를 사지또 뭐라고 말해야 할까 똥 꿈을 꾸었다고 쑥스럽게그건 그렇고 내가 부자가 되면화초에 물은 누가 줄 것이며 잡초는 어떻게 하고…안 되겠다로또를 포기하기로 했다나는 갑부가 되지 말..

♧...참한詩 2025.04.02

눈짓 / 이진흥

눈짓이진흥 신들의 대화가 눈짓*이라면 연인들의 대화도 눈짓이다.입말은 거짓이 가능해도 눈으로는 속일 수 없어 연인들은 말하지 않고 눈을 맞춘다.석가가 말없이 연꽃을 들어 보이자 가섭이 눈 맞추고 미소하지 않았던가.꽃이 소리 없이 미소 지으면 어디선가 나비가 날아오고,당신이 밤하늘 바라보면 별이 깜빡이는 게 그 까닭이다. *휠덜린의 말

♧...참한詩 2025.03.30

삶이 나를 불렀다 / 김재진

삶이 나를 불렀다 ​김재진  ​삶이 나를 불렀다한 때는 열심히 사는 것만이 삶인 줄 알았다남보다 목소리 높이진 않았지만결코 턱 없이 손해보며 살려하진 않던 그런 것이삶인 줄 알았다북한산이 막 신록으로 갈아입던 어느날지금까지의 삶이 문득 목소리 바꿔 나를 불렀다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고 있는 건가?반짝이는 풀잎과 구르는 개울하찮게 여겨왔던 한 마리 무당벌레가 알고 있는미세한 자연의 이치도 알지 못하면서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듯 착각하며그렇게 부대끼는 것이 삶인 줄만 알았다.북한산의 신록이 단풍으로 바뀌기까지노적봉의 그 벗겨진 이마가 마침내 적설에 덮이기까지아무것도 모르면서나는 그렇게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살아왔다

♧...참한詩 2025.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