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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지 않는 눈물이 있다 / 조두섭

녹슬지 않는 눈물이 있다조두섭 서쪽 하늘별 하나 눈물을 고요에 담금질하고 있다 이별일까시 쓰고 있는 걸까 금가는 눈물은기다림이 아니라고유성으로 날아가는 눈물은그리움이 아니라고 잠 못 이루는 눈물은 눈물을 알아본다 반짝이는 눈물은순금의 순금이 아니라고고요에 떠오르는 눈물은청동이 아니라고 내려치는 망치 소리마저 고요에 연금하는별 하나 서쪽 하늘녹슬지 않는 눈물이 있다 만남일까시일까

♧...참한詩 2025.06.02

아프지 마, 라고 네가 말할 때 / 강문숙

아프지 마, 라고 네가 말할 때강문숙 한 사흘 대답 없던 톡에깨알 숫자 사라지고 댓글 뜬다 주말엔 폰을 아예 책상 서랍에 넣고 지내일찍 난로를 꺼버린 탓에감기가 왔나 봐이제 난 좀 괜찮아졌지만걱정했을 네가 더 걱정이야너는 아프지 마 아프지 마, 라는 말 참 아프게 다정한 말봄꽃 피려다가 꽃샘바람에 움츠러들 때가는 입술 벌려 봄볕 받아먹고 있던저 나뭇가지를 꺾어서 쓰는 말 어떤 색으로 피어날지 알면서도난생 처음 본 색깔인 양 신기한 꽃잎 속하얀 입김 같은 말 말에도 온도가 있어 느린 게이지 곡선으로 끌어올리다노을 같은 발음으로 아프지 마, 네가 말할 때아프다가도 나는 안 아프고 그래서 더 아프고

♧...참한詩 2025.05.29

나비, 참을 수 없이 무거운 / 강문숙

나비, 참을 수 없이 무거운강문숙 나비의 날갯짓을 가벼움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보편적이다, 하지만 나비의 고요한 순응이 진심이 아닐지도 그 날갯짓의 무게는 참을 수 없이 무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얘야, 나비 곁에서 눈 비비지 마라 네 눈이 멀어 버리질지도 몰라 허공에 찍힌 필사적인 날개의 지문을 보았는지 엄마는 꽃밭 근처에도 못 가게 했다 날개가 공기의 저항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체온은 30도, 있는 힘 다해 허공의 계단을 짚으며 날아가던 나비의 근육이 터지기 직전 날개는 찢어질 듯 얇아지며 천천히 접혔다 펼쳐지는 동어반복으로 겨우 허공을 간섭하다가 끝내 꽃에게로 투신한다 그 순간의 고요함이란 가까스로 태풍의 눈 속에 들어가 먼바다를 건너는 나비의 꿈이 시작되었다는 에두름이다 하필 ..

♧...참한詩 2025.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