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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 박형권

은행나무 박형권​ 사람 안 들기 시작한 방에 낙엽이 수북하다나는 밥할 줄 모르고, 낙엽 한 줌 쥐여주면 햄버거 한 개 주는 세상은 왜 오지 않나낙엽 한 잎 잘 말려서 그녀에게 보내면없는 나에게 시집도 온다는데낙엽 주고 밥 달라고 하면 왜 뺨 맞나낙엽 쓸어담아 은행 가서 낙엽통장 만들어달라 해야겠다내년에는 이자가 붙어 눈도 펑펑 내리겠지그러니까 젠장,이 깔깔한 돈 세상에는처음부터 기웃거리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었다아직도 낙엽 주워 핸드백에 넣는 네 손 참 곱다밥 사먹어라

♧...참한詩 2025.01.09

그 사람의 손을 보면 / 천양희

그 사람의 손을 보면천양희  구두 닦는 사람의 손을 보면그 사람의 손을 보면구두 끝을 보면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그 사람의 손을 보면창문 끝을 보면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그 사람의 손을 보면길 끝을 보면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그 사람의 손을 보면마음 끝을 보면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보이는 빛만이 빛은 아니다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 성자가 된 청소부는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

♧...참한詩 2024.12.29

언젠가는 / 한용운

언젠가는한용운  ​언젠가... 말 못할 때가 옵니다. 따스한 말 많이 하세요. ​​언젠가... 듣지 못할 때가 옵니다. 값진 사연 값진 지식 많이 보시고 많이 들으세요.​​​언젠가... 웃지 못할 때가 옵니다. 웃고 또 웃고 활짝 많이 웃으세요. ​언젠가... 움직이지 못할 때가 옵니다. 가고픈 곳 어디든지 가세요. ​​언젠가... 사람이 그리울 때가 옵니다. 좋은 사람 많이 사귀고 만나세요. ​언젠가...감격하지 못할 때가 옵니다. 마음을 숨기지 말고 마음껏 표현하고 사세요. ​​언젠가... 우리는 세상의 끝자락에 서게 될 것입니다.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후회없는 삶을 살다 가시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참한詩 202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