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30

선사 법문-이만翁

선사 법문-이만翁김욱진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에 가면2만 년 전 살던 고인돌사람 한 분 모로 누워계신다얼마 전 코로나 예방주사도 맞고입마개도 하고 있더니만오늘은 대한민국 0.72 라는 명패 달고눈물을 흘리고 있네헐, 저게 뭐지0.72가 이름일 리는 만무하고시력이 0.72란 말인가그럼, 안경을 씌워뒀을 텐데 것도 아니고차 쌩쌩 달리는 길섶에서환생한 고인돌이 눈물까지 보이고아, 이는 분명 무슨 곡절이 있을 터언저리 선사시대 사람들 만나 여쭤봐야지죽음이 살아 숨 쉬는 골목 한 모퉁이무덤 앞에 서있는 돌이 눈에 띈다선돌마다 새겨진 그림, 자는 또 뭐지다짜고짜 팻말에 적힌 자한테 물어보니이 암각화 속엔 다산의 의미가 숨겨져 있었네그래, 맞아요즘 사람들 아이 낳지 않는다는 소식 듣고속 터진 돌사람  대한민국 (합계..

♧...발표작 2024.11.04

산낙지와 하룻밤 / 김욱진

산낙지와 하룻밤 김욱진 나 어릴 적우등상 받아왔다고아버지는 시오리 길 장에 가서장작 한 짐 판 돈으로산낙지 한 마리지겟머리 걸머지고 오셨다그날 저녁그 녀석을 산 채로 듬성듬성 썰어접시 위에다 올려놓으니낙지 수십 마리가 꼬물꼬물거렸다난생처음 바다를 떠나온 낙지는참, 어리둥절했겠다바다에 사는 줄도 모르고 산낙지는 정신없이 참, 기름장을 찍어 먹었다미끌미끌 파도가 출렁일 때마다멀미를 했다낙지는 내 입안이 갯벌인 줄 알고천장에 착 달라붙어 있다가목구멍 속으로 차츰차츰 기어들어 갔다낯선 숙소에서밤새 구불텅구불텅 온몸을 뒤척이다새벽녘 나랑 곤히 잠들었다 (2024 텃밭시학 연간집)

♧...발표작 2024.10.22

엄니처럼 / 김욱진

엄니처럼김욱진 앉았다 일어서니 빙 둘렸다방전이 된 건지유효 기간이 다 되어 가는 건지겨우 119 불러 병원 갔다다짜고짜 빈혈 검사해보자며피 한 대롱 뽑고간수치는 괜찮은데, 의사 선생 고개 갸우뚱갸우뚱입이 자주 마르고 체중이 좀 줄었습니다그럼, 정밀 당뇨 검사도 해봐야 된다며또 피 한 대롱 뽑고혹, 숨이 차다거나 몸이 가렵지는 않습니까이참에 콩팥 검사해보는 게 좋겠어요그러면서, 또 피 한 대롱 뽑고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피 한 사발 마셔도 시원찮을 판에피 세 대롱 야금야금 빼앗기고 나니나도 모르게암울한 세포가 스멀스멀 기어가는 거 같고허수아비가 되어버린 기분도 들고이러다 진짜 쓰러지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이게 다 유전이라니, 얼마나 다행인지핏줄 따라 죽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나무의 유전자 정보가 깨알같이 드..

♧...발표작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