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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하는 말 / 김욱진

발이 하는 말 아, 어디쯤일까길을 걷다폐휴지 한 리어카 싣고언덕길 오르는 맨발을 보았다, 나는들었다, 발이 하는 말을발가락은 바짝 오므리고 뒤꿈치는 쳐들고그래도 뒤로 밀려 내려가거든헛발질하듯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혓바닥 죽 빼물고 땅바닥 내려다봐써레질하는 소처럼발바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바닥과 바닥은 통하는 법이야그래, 맞아둘이 하나 된 바닥은 바닥 아닌 바닥이지손바닥처럼 그냥 가닿는 대로가닿은 그곳이 바닥이니까여기, 지금, 나는바닥 아닌 바닥에서보이지 않는 발바닥을 보았고바닥없는 바닥아슬아슬 가닿은 발바닥이 내쉬고 들이쉬는 숨소리 들었다비 오듯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 사이로리어카 바퀴가 미끄러져 내려갈 적마다발바닥은 시험에 들었다땀 한 방울 닿았을 뿐인데그 바닥은 난생처음 가닿은 바닥발가락과 발뒤꿈치는..

♧...발표작 2024.10.22

잊음 / 김륭

잊음김륭    그녀는 생선과 단 둘이 남았다*   나는 이런 문장이 참 마음에 든다 사방이 쥐죽은 듯 고요해지고 기다렸다는 듯 난간이 생긴다 나는 누워있고, 그녀는 생선과 함께 난간 끝에 위태롭게 서있다   그러나 어떤 고요는 말이 아니라 살이어서 그녀는 생선과 모종의 이야기를 길게 나눌 수도 있다   나는 그녀의 몸에서 비릿하게 흘러나오는 고백의 냄새를 맡는다 그녀가 울고 있다 가라앉고 있다 그녀의 생선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사물들이 물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사히 가라앉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생선을 낳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나는 석쇠 위의 생선처럼 몸을 뒤틀며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그녀가 메기나 미꾸라지처럼 좀 기분 나쁘게 생긴 어떤 남자가 아니라 생선과 단 둘이 남았다는 ..

♧...참한詩 2024.10.14

획일화에 대하여 / 오승강

획일화에 대하여오승강  개펄을 걷는 저 게들산지사방 어딘가로 바삐 가고 있다옆으로 옆으로걸음이 참으로 일사불란하다누군가 구렁을 붙이는 것도 아닌데어쩌면 저렇게 똑같은 속도똑같은 몸짓 똑같은 집게발크기는 달라도 온전한 질서 정연이다허튼 모습도 없다개펄을 걷는 저 작은 게들똑같이 걷는 모습이우습게 보이던 걸음이당연했던 것들이문득 무섭다 소름이 돋았다

♧...참한詩 202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