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하는 말
아, 어디쯤일까
길을 걷다
폐휴지 한 리어카 싣고
언덕길 오르는 맨발을 보았다, 나는
들었다, 발이 하는 말을
발가락은 바짝 오므리고 뒤꿈치는 쳐들고
그래도 뒤로 밀려 내려가거든
헛발질하듯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혓바닥 죽 빼물고 땅바닥 내려다봐
써레질하는 소처럼
발바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바닥과 바닥은 통하는 법이야
그래, 맞아
둘이 하나 된 바닥은 바닥 아닌 바닥이지
손바닥처럼 그냥 가닿는 대로
가닿은 그곳이 바닥이니까
여기, 지금, 나는
바닥 아닌 바닥에서
보이지 않는 발
바닥을 보았고
바닥없는 바닥
아슬아슬 가닿은 발
바닥이 내쉬고 들이쉬는 숨소리 들었다
비 오듯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 사이로
리어카 바퀴가 미끄러져 내려갈 적마다
발바닥은 시험에 들었다
땀 한 방울 닿았을 뿐인데
그 바닥은 난생처음 가닿은 바닥
발가락과 발뒤꿈치는 땀방울 밀고 당기며
발바닥이 바닥에 닿았다고
어느 바닥인지 알 수 없는 그 바닥
간신히 가닿고 보니
바닥이라는 바닥 기운 다 끌어당기고 가는 저 발
바닥은 바다보다 깊고 넓적하다
(2024죽순 58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