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사계

느티나무

김욱진 2010. 5. 21. 21:55

                   느티나무

                 -비슬산5

 

 

 

 

길을 가다

돌부리 걸려 넘어지는 날이면

홀로 그대 찾아와

세상 사는 법 묻고 또 묻고

돌아간 적 한두 번이 아니라네

 

사화로 얼룩진

세월의 칡넝쿨 속에서도

그대는 꼿꼿이 살아 남아

오갈 데 없는

영혼들의 둥지 되어주었네

 

나 오늘은

돌확처럼 움푹 팬

그대 품에서

뱀처럼 똬리 틀고 앉아

세세생생 쌓인 업

한 겹 두 겹 벗겨보려네

 

놀 비껴선 서녘 하늘

깊은 숨 몰아쉬는

도성암 느티나무,

나이테마저 비워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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