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서하
학교 마치면 꼴망태를 메고 금자랑 밭둑에 갔다 학교 운동장에 마음이 쏠렸지만 소잔등처럼 비스듬한 둑에서 낫으로 풀 밑동을 쓰러뜨렸다 낫에 허리를 내준 풀들이 빗금으로 픽픽 쓰러졌다 뿌듯함이 바랭이풀보다 길었다 더 힘주어 풀을 베는데 낫이 왼쪽발목에 푹 내리꽂혔다 발목은 풀이 아니야! 소리쳤으나 낫은 듣지 못했고 소띠 가시내는 훅 쓰러졌다 낫이 지나간 자리마다 풀들도 피 흘리는지 피비린내가 마을로 번졌다 발목에 꽂힌 비명을 뽑아들고 소죽처럼 펄펄 끓으며 엄마에게 갔다 주먹돌로 콩콩 찧은 쑥을 된장과 함께 버무려 낫에게 파 먹힌 상처에 붙이고 실로 꽁꽁 싸맸다 엄마는 어딘가 많이 아픈 소처럼 울었다 여름인데도 한기를 느꼈다 덮어둔 서러움에 자꾸 손이 가는 여덟 살 칠월이었다
왼쪽 발목에 뜬 달은 여태 지지 않았다
⌜동리목월⌟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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