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의 지표면이 자라는 철
유목의 봄, 민들레가 피었다
민들레의 다른 말은 유목
들판을 옮겨 다니다 툭, 터진 꽃씨는
허공을 떠돌다 바람 잠잠한 곳에 천막을 친다
아주 가벼운 것들의 이름이 뭉쳐있는 어느 代
날아오르는 초록을 단단히 잡고 있는 한 채의 게르
꿈이 잠을 다독거린다.
떠도는 혈통들은 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 어느 종족의 소통 방식 같은 천막과 작은 구릉의 여우소리를 데려와 아이를 달래는 밤
끓는 수태차의 온기는 어느 후각을 대접하고 있다.
들판의 화로(火爐)다.
노란 한 철을 천천히 태워 흰 꽃대를 만들고 한 몸에서 몇 개의
계절을 섞을 수 있는 경지
지난 가을 날아간 불씨들이
들판 여기저기에서 살아나고 있다.
천막의 종족들은 가끔 빗줄기를 말려 국수를 말아 먹기도 한다.
바닥에 귀 기울이면 땅 속 깊숙이 모래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초원의 목마름이란 자기 소리를 감추는 속성이 있어 깊은 말굽 소리를 받아 낸 자리마다 바람이 귀를 접고 쉰다.
이른 가을 천막을 걷어 어느 허공의 들판으로 날아갈 봄.
[2011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 / 김지혜
|
|
..............................................................................
[2011 신춘문예] 시 심사평 | |||||||||||||||||
'비밀의 화원'은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룬 시로서 작가의 현실인식이 돋보이는 시였다. 이주노동자를 형상화하는 데에 있어서 그들의 수난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정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그들의 아픔에 다가가는 솜씨가 뛰어난 시였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가 오히려 이주노동자의 삶을 자기 아픔으로 여기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화자가 관찰자의 태도로 물러서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두 편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역량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응모작의 전반적인 수준에 있어 김지혜가 고르다는 점을 높이 사 '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를 당선작으로 하기로 했다. 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바란다. 본심 심사위원 정희성 강영환(이상 시인) 허정(문학평론가) |
출처 : 함께하는 시인들 The Poet`s Garden
글쓴이 : 하상수 원글보기
메모 :
'♧...신춘문예,수상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강원일보 신춘문예당선작 (0) | 2011.01.04 |
---|---|
[스크랩] [2011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등대 / 정금희 , D-day / 송혜경 (0) | 2011.01.02 |
[스크랩] [2011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이만호 할머니의 눈썹 문신 / 강은진 (0) | 2011.01.02 |
[스크랩] [2011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작]분천동 본가입납(本家入納) / 이 명 (0) | 2011.01.02 |
[스크랩] [2011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오래된 골목 / 장정희 (0) | 2011.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