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내 안에
이진흥
열세 살짜리 손녀 노트 첫 장에 ‘행복은 내 안에’라고 쓰여 있다. 행복은 잡을 수 없는 파랑새라는데 어린 것이 참 당돌하다. 파랑새를 찾아서 산 넘고 물 건너 멀리 갔다가 허탕 치고 지쳐서 돌아왔더니 그 새는 뜰앞 나뭇가지에 앉아있었다는 시구가 생각난다.
문득 창밖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커튼 사이로 내다보니 곤줄박이가 난간에 앉아 햇살을 쪼고 있다. 방금 티비가 보여주는 거짓과 위선이 난무하는 뉴스에 속이 상했는데, 저 작고 예쁜 새가 쪼는 햇살이 얼핏 내 안에 부싯돌처럼 반짝이며 왠지 모를 생명의 기쁨과 황홀의 순간을 열어준다.
그렇구나 아이야, 행복은 산 너머 저쪽 파랑새가 아니라 지금 내 안에서 반짝이는 햇살이구나. 바로 여기 생생하게 살아있는 자신을 잊고 산 너머 저쪽만을 바라보는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 준 아이야, 지금 이 순간 내 안에서 너의 말이 부싯돌처럼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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