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허수아비/이창기

김욱진 2011. 5. 19. 15:48

    허수아비

     이창기

 

 

오늘도

온종일

까치 산비둘기와 함께

콩밭에서 살았습니다

늘 고만한 키

생전에 입던 잠바

색 바랜 운동모를 쓰고

먼발치에서 보면

누구라도

신씨 노인이 이 땡볕에 또 밭에서 일하네

라고 중얼대며 오갔을 겁니다

화투놀이 끝에 격조했던 읍내 사는 친구 한 분은

버스를 타고 마을 회관 앞을 지나다

비탈밭에 수그리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지켜보다

끝내

말을

걸고

말았

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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