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동백이 활짝,」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 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
허공으로의 네 발
허공에서의 붉은 갈기
나는 어서 문장을 완성해야만 한다
바람이 저 동백꽃을 베어물고
땅으로 뛰어내리기 전에
▶ 시 _ 송찬호 – 송찬호(1959~ )는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1987년 『우리시대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등이 있다.
▶ 낭송_ 정인겸 – 배우. 연극 「2009 유리동물원」, 「맹목」 등에 출연.
배달하며
남녘에서 올라오는 동백 붉은 꽃 소식에 가슴이 설레는 계절이 돌아오네요. 동백은 절정에서 모가지 째 뚝뚝 지는 꽃이지요. 동백꽃에서 자기를 아낌없이 통째로 내주는 자의 순정함을 느끼는 건 저만 아니겠지요. 무수한 시인들이 동백을 노래하지만 송찬호 시인이 그린 동백은 특별하지요. 동백이 불현 듯 사자로 솟구쳐 올라 허공에 네 발을 펼치고 붉은 갈기를 나부껴요. 저 얌전한 동백 어디에 사나운 기세로 포효(咆哮)하는 사자가 숨어 있었던 것일까요? 식물성에서 동물성에로 눈 깜짝할 새에 전화(轉化)하는 경이적인 상상력을 보여주는 시지요.
문학집배원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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