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언, 「저녁으로」
지장보살의 발 아래, 수원지가 불분명한 물이 솟았다
너와 나는 받아 마셨다
이 물은 맑고 투명하다 너의 검은 얼굴이 증거로 떠오르고 있다
검은 것은 얼굴이 아닌 물, 네 눈에는 언덕 아래 많은 묘지가 보이지 않는지
많은 것은 묘지가 아닌 집, 그곳에서 자고 있는 많은 사람들, 너와 나처럼
새벽에 모두 깨어나 여기로 오게 된다 빛 속으로
서서히 떠오르는 잉어 한 마리
전나무 그늘 사이에서
서로를 잃어버렸다
지장보살의 표정 아래 한없는 얼굴들이 흐르고
▶ 시 _ 송승언 – 송승언(1986~ )은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201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철과 오크』가 있다.
▶ 낭송_ 장인호 – 배우. 영화 「고지전」, 「하울링」 등에 출연.
배달하며
지장보살은 중생, 특히 악도(惡道)에 떨어진 중생이 성불하기 전까지 자신이 성불하기를 마다하고, 일체 중생을 이끄는 데 전력하는 대자대비의 보살이지요. 너와 나는 지방보살의 발 아래, 수원지에서 솟는 물을 받아 마십니다. 구원이 필요한 존재라는 암시겠지요. 물은 투명하지만 그 물 받아 마신 너의 얼굴은 검지요. 너와 나가 그렇듯이, 우리 모두는 언덕 아래 묘지들에 잠들어 있는 존재들이지요. 아직 악도에서 헤매는 중생이라는 얘기지요. 그런데 “서서히 떠오르는 잉어 한 마리”는 무엇일까요? 무지몽매에서 깨어난 존재의 표상일까요? 이 젊은 시인의 시는 묘하게 마음을 흔드는 데가 있네요.
문학집배원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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