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녀,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 번도 클릭해 본 적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더블클릭을 해보고 싶다
감꼭지와 연결된 신의 영역에서
까만 눈을 반짝일 감의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배꼽을 들여다본다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 하나
몸에 간직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나,
▶ 시 ㆍ낭송 _ 최금녀 – 1942년 함남 영흥 출생. 서울신문, 대한일보 기자로 활동함. 2000년 《문예운동》을 통해 시로 등단. 시집 『내 몸에 집을 짓는다』 『저 분홍빛 손들』 등이 있다.
배달하며
배꼽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 그러니까 일심동체이던 어머니와 내가 분리된 흔적인 거지요. 시인은 배꼽을 “출생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라고 하네요. 재미있는 착상이네요. 그곳을 클릭, 더블클릭 하고 싶은 건 감히 ‘신의 영역’을 엿보려는 호기심 때문이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죠. 왜냐하면 배꼽은 누구도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니까요.
문학집배원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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