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수화/조재형

김욱진 2016. 9. 28. 11:49

             수화

                      조재형

 

 

황성공원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

청각장애 지닌 부부 노점장사 꾸려가고 있다

손님 뜸할 때면 두 사람

쉬지 않고 수화로 대화 나눈다

손으로 그려지는 암호 같은 이야기

 

가끔 지나며 짐작하건대

계절 따라 메뉴를 바꾸면 수입이 좀 나아질까 혹은

늦게 낳아 키우는 아이 걱정

그들 삶도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부의 대화 하루도 빠짐없이 들었을 느티나무

가만 내려다보고 있다가

 

수천 가지에 매달린 수만 장 잎사귀 중에

가장 여여삐 물든 단풍잎 한 장

두 사람 무릎사이로 떨어뜨려 주신다

수화

그 사랑의 울림 깊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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