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조재형
황성공원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
청각장애 지닌 부부 노점장사 꾸려가고 있다
손님 뜸할 때면 두 사람
쉬지 않고 수화로 대화 나눈다
손으로 그려지는 암호 같은 이야기
가끔 지나며 짐작하건대
계절 따라 메뉴를 바꾸면 수입이 좀 나아질까 혹은
늦게 낳아 키우는 아이 걱정
그들 삶도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부의 대화 하루도 빠짐없이 들었을 느티나무
가만 내려다보고 있다가
수천 가지에 매달린 수만 장 잎사귀 중에
가장 여여삐 물든 단풍잎 한 장
두 사람 무릎사이로 떨어뜨려 주신다
수화
그 사랑의 울림 깊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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