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울음
누군가의 등에 업혀
울보처럼 응석부리고 싶을 때 있다
폐교가 된 어느 시골 학교 한겨울 운동장
느티나무 가지에 매미 일곱 남매
망사 같은 허물 한 벌 걸치고
생전 울지 않은 척, 착 달라붙어 있다
속살 다 비친 나뭇가지 사이로
울음 꽉 머금은 아들 녀석
내 눈치 살살 보며
매미 잡아 달라고 떼쓰기 시작한다
바짝 뒤따라온 찬바람이 울어댄다
덩달아 매미들도 우는 척
연신 날개를 폈다 오므렸다 하던 중
매미 한 마리 툭,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허물이 뭔지 모르는 아들 녀석
허물 벗지 않은 벙어리매미 꾹꾹 눌러대며
멍든 가슴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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