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개를 아십니까?/변희수

김욱진 2018. 6. 26. 12:41

   개를 아십니까?

    변희수


 스승을 따라가는 제자처럼

 개가 가면 가고
 개가 서면 서고
 목줄이 긴 개에게
 묶여서

 어디로 끌고 가시렵니까?

 끌려가는 사람의 다리엔
 검은 털이 숭숭

 힘껏 달리는 개처럼
 힘껏 쫓아가던 사람이
 개의 얼굴에 얼굴을 묻고
 컹컹, 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랑하니까
 오후의 산책자가 되어
 개와 개 사이의 간격을 늘이거나 줄여보는 것
 좋은 일이다

 이 세상에 개는 많고
 나쁜 개도 많고
 그런 개는 옳지 않다고
 컹컹, 어제의 결심이
 오늘의 목줄을 쥐고 달릴 때
 착한 개가 되기 위해서
 침을 흘리며 참는다

 개를 인도하던 개가
 혀를 빼물고 생각에 잠기던 개가
 진정한 개가 되려면
 먼 곳을 보고 컹컹,

 개를 아십니까?

 거리에서 만난 사람처럼
 그렇게 물어오는 사람은
 개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진정한 개에 대해서

 모르는 개들이 몰려와서 컹컹, 짖었는데
 모두 잘 아는 개들이었다
 꼬리를 흔들 줄 아는 개들이었다

    <2018 시와반시,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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