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아십니까?
변희수
스승을 따라가는 제자처럼
개가 가면 가고
개가 서면 서고
목줄이 긴 개에게
묶여서
어디로 끌고 가시렵니까?
끌려가는 사람의 다리엔
검은 털이 숭숭
힘껏 달리는 개처럼
힘껏 쫓아가던 사람이
개의 얼굴에 얼굴을 묻고
컹컹, 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랑하니까
오후의 산책자가 되어
개와 개 사이의 간격을 늘이거나 줄여보는 것
좋은 일이다
이 세상에 개는 많고
나쁜 개도 많고
그런 개는 옳지 않다고
컹컹, 어제의 결심이
오늘의 목줄을 쥐고 달릴 때
착한 개가 되기 위해서
침을 흘리며 참는다
개를 인도하던 개가
혀를 빼물고 생각에 잠기던 개가
진정한 개가 되려면
먼 곳을 보고 컹컹,
개를 아십니까?
거리에서 만난 사람처럼
그렇게 물어오는 사람은
개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진정한 개에 대해서
모르는 개들이 몰려와서 컹컹, 짖었는데
모두 잘 아는 개들이었다
꼬리를 흔들 줄 아는 개들이었다
<2018 시와반시,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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