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화단에 앉아/박숙이

김욱진 2018. 7. 5. 19:18

              화단에 앉아

                박숙이

 

아파트 화단에 앉아서
화단은 영원히 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그러면서도 나는, 너의 화단이 되어 앉아 있었다
오늘은 별도 집이 싫은지 나와 앉았구나
바람도 사루비아 곁에 살포시 와 앉았고
풀벌레 울음소리도 집으로 들어가기 싫은지
텅 빈 여름밤을 배회하고 있구나

가로등 밑의
노숙이 너무나 아름다운 저 하루살이 떼들
얼마나 생이 떳떳하면
불 앞으로 당당히 고개 쳐들고 달려들까
그 앞에서 나는 고개 숙인다
내 가슴 안의 풀린 단추를 풀린 눈으로 들여다본다
오늘은 왠지
길도 집을 무척이나 망설이고 있구나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개비/김윤현  (0) 2018.07.08
공휴일/김사인  (0) 2018.07.08
병/공광규  (0) 2018.07.03
부부/함민복  (0) 2018.06.30
봄과 여자와 고양이/박이화  (0) 2018.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