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김사인
중랑교 난간에 비슬막히 식구들 세워놓고
사내 하나 사진을 찍는다
햇볕에 절어 얼굴 검고
히쭉비쭉 신바람 나 가족사진 찍는데
아이 들쳐업은 촌스러운 여편내는
생전 처음 일이 쑥스럽고 좋아서
발그란 얼굴을 어쩔 줄 모르는데
큰애는 엄마 곁에 붙어서
학교에서 배운 대로 차렷을 하고
눈만 때굴때굴 숨죽이고 섰는데
그 곁 난간 틈으로는
웬 코스모스도 하나 고개 뽑고 내다보는데
짐을 맡아들고 장모인지 시어미인지
오가는 사람들 저리 좀 비키라고
부산도 한데
- 시집『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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