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슬픔의 높이 / 사윤수

김욱진 2019. 10. 18. 11:14

슬픔의 높이

 사윤수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옆에 앉은 중년 여자가 운다

미세하게 흐느끼며 훌쩍훌쩍 콧물을 삼킨다

마음 아파 우시는가

몸이 아파 우시는가

어느 것이 먼저고 어느 것이 뒤인지 모를,

휴대폰을 열어 들여다보고

휴대폰을 닫으며 고개 떨군다

그 속에 아픔이 저장되어 있는지

그 속의 아픔이 삭제되지 않는지

실밥처럼 툭툭 터질 듯한 울음을

손수건으로 꾹꾹 누른다

 

슬픔은 식물성이어서

고도 칠천 미터 상공에서도 발아하는구나

화물칸에 싣지 못하고

선반에 따로 올려놓을 수 없는 슬픔

무심한 구름 속을 날아가는 쇳덩이 안

이쯤 높이에서도 슬픔은 창궐하여,

항로를 이탈한 눈물이

기류가 불안정한 지역을 오래 오래 통과하고 있다

그녀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계간 시산맥201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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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윤수 : 2011현대시학등단. 시집파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