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박숙이
네 살배기 사내아이가 엄마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
새파란 때타월을
반은 쥐고 반은 흘리면서
해죽해죽 웃으면서 엄마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
‘아이쿠, 내 새끼, 잘도 미네. 요 이쁜 내 새끼…….’
아이의 볼에, 아이의 입에, 쪽쪽 소리가 찰지게 달라붙는다
엄마는 간지러워 그만, 깔깔깔 넘어간다
물방울도 깔깔깔 터지고 또 터진다
꽃잎 같은 이쁜 아이와 눈 한 번 더 마주치려고
고개를 자라처럼 빼, 뒤를 한 번씩 돌아다본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몸이 사르르 밀착된다
엄마의 얼굴에 봄이 연신 자지러진다
세상의 모든 경계가 저 앞에서 하르르 무너져 내린다
둘레가 어찌나 반짝이던지
손을 잡고, 온탕으로 들어서는 母子의 환한 모습이 마치,
올림픽 시상대에 선 영웅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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