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것에는 비명이 있다
박미란
목련이 핀다
살아야한다고, 잘 살아야한다고 누구 하나 돌보지 않아도 맹렬히 허공을 물어뜯던 저 꽃
듬성듬성 털이 빠진 채
터져 나오는 비명을 제 손으로 틀어막던 때도
끝이 났다
우우우, 희망을 버리면 얼마나 찬란히 몸져누울 수 있는지 당신은 알지 날마다 꿈꾸던 그날이 오늘이라는 것도 예전부터 알고 있지
그러나 말해주지 않았지 아무것도 아닌 일에 전부를 바쳐야 한다는 걸
한 마리의 희고 얼룩덜룩한 짐승이 몸뚱이를 지우고 눈빛을 지우며 아득히 자신을 떠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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