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물위의 시간-사문진2 / 변희수

김욱진 2019. 8. 17. 21:16

물위의 시간-사문진2

변희수


나루에서 당신과 나는 배를 탔지

통통거리는 물위에 나란히 몸을 얹었지

물이 우리를 가랑잎처럼

먼 곳으로 데리고 갔지

바람 속이던가

노을 속이던가

거꾸로 박힌 풍경 속에서 기우뚱

생이 흐렸지

물을 믿는가?

당신은 물었지

흐름을 믿는다고.

목마른 사람처럼 나는 말했지

기름처럼 떠서 물끄러미

배 지나온 자리 돌아보았지

벌어진 상처가 떠오르듯

휘어진 물의 등뼈

우리를 태우고 다니던 물의 시간들

우리는 나루에서 멀어졌지

바람 속이던가

노을 속이던가

울렁거리던 잠시 잠깐의 쓸쓸

지나가는 물결이었지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흰 것에는 비명이 있다 / 박미란  (0) 2019.09.03
저녁의 퇴고 / 길상호  (0) 2019.08.31
밀봉 / 박숙이  (0) 2019.08.15
빈집1 / 박진형   (0) 2019.08.02
두 개의 꽃나무 / 이성복  (0) 2019.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