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의 시간-사문진2
변희수
나루에서 당신과 나는 배를 탔지
통통거리는 물위에 나란히 몸을 얹었지
물이 우리를 가랑잎처럼
먼 곳으로 데리고 갔지
바람 속이던가
노을 속이던가
거꾸로 박힌 풍경 속에서 기우뚱
생이 흐렸지
물을 믿는가?
당신은 물었지
흐름을 믿는다고.
목마른 사람처럼 나는 말했지
기름처럼 떠서 물끄러미
배 지나온 자리 돌아보았지
벌어진 상처가 떠오르듯
휘어진 물의 등뼈
우리를 태우고 다니던 물의 시간들
우리는 나루에서 멀어졌지
바람 속이던가
노을 속이던가
울렁거리던 잠시 잠깐의 쓸쓸
지나가는 물결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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