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 1
박진형
햇빛이 집 한 채를 샀다
돌쩌귀가 떨어진 문짝이 펄럭이고
몸이 시커먼 푸새가 처마 밑에서 기어나와
지붕 위로 포릉, 옮겨 앉는다
회칠한 담벽에 붉은 스프레이 글씨로
〈주인 외출중〉 꿈틀, 지렁이가 기어간다
불 지핀 지 오랜 아궁이에
금 간 사기그릇에 들러붙은 파리가
입 다실 것이 없어 닝닝거린다
먼 길 갔다 돌아온 사람 하나
빈집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송곳으로
제 불운의 눈알 찔러 버렸다
홀로 집 지키던 감나무가
노을에 목을 매단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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