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빈집1 / 박진형

김욱진 2019. 8. 2. 16:33

빈집 · 1

박진형

 

햇빛이 집 한 채를 샀다

돌쩌귀가 떨어진 문짝이 펄럭이고

몸이 시커먼 푸새가 처마 밑에서 기어나와

지붕 위로 포릉, 옮겨 앉는다

회칠한 담벽에 붉은 스프레이 글씨로

주인 외출중꿈틀, 지렁이가 기어간다

불 지핀 지 오랜 아궁이에

금 간 사기그릇에 들러붙은 파리가

입 다실 것이 없어 닝닝거린다

 

먼 길 갔다 돌아온 사람 하나

빈집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송곳으로

제 불운의 눈알 찔러 버렸다

홀로 집 지키던 감나무가

노을에 목을 매단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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