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익을 뻔했네
박숙이
맨 처음 나를 깨트려 준 생솔 같은 총각 선생님,
촌 골짜기에서 올라와 혼자 제자리 찾아 서지도 앉지도 못하는
불안 불안한, 갑갑한 이 달걀에게
여린 정신이 번쩍 들도록, 음으로 양으로 깨트려 준 샛별 같은 그 선생님
당신이 날 깨뜨렸으므로 혁명의 눈을 초롱초롱 떴네
한번뿐인 생달걀, 생이 한번뿐이라는 걸 가르쳐 준 그 후부터 나는
익지 않으려 기를 쓰며 사네, 그러나 하마터면 나 익을 뻔했네,
익으면 나 부화될 수가 없네
깨트려 주는 것과 깨지게 한 것과 망가뜨린다는 것의 차이점을
사전 속 아닌 필생 부딪히면서, 익지 않으려 애쓰면서 에그,
하마터면 또 홀랑 반숙될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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