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아침은 내게 온 첫 손님이다 / 이기철

김욱진 2019. 7. 19. 22:53

아침은 내게 온 첫 손님이다

이기철



아침은 이제 막 도착한 내 인생을 만나게 한다

어느 화판에도 담기지 않은 매무새로 그가 오면

톡톡 분갑 열리는 소리로 꽃들이 피어난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제 차례를 기다리는 꽃들

살구꽃 피는 소리엔 내 손등이 가렵고

함박꽃 피는 소리엔 내 귀가 먹먹하다

제 미색을 시기할까봐 장미는 가시로 무장하고

찔레꽃은 십리 원근 제 향기를 날려보낸다

송이 꽃이 모두 새 소식인 꽃의 탑신은 열흘 동안의 축포다

과일 접시만한 마당에 당도한 천 필의 아침

곤충의 피는 희고 내 피는 붉다

아침을 그릴 수 있는 말이 사전에는 없어

그의 입술, 그의 눈, 그의 가슴을 흉금에만 묻어놓고

오늘 아침은 내 생애 첫 손님이라고 쓰고 연필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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