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내게 온 첫 손님이다
이기철
아침은 이제 막 도착한 내 인생을 만나게 한다
어느 화판에도 담기지 않은 매무새로 그가 오면
톡톡 분갑 열리는 소리로 꽃들이 피어난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제 차례를 기다리는 꽃들
살구꽃 피는 소리엔 내 손등이 가렵고
함박꽃 피는 소리엔 내 귀가 먹먹하다
제 미색을 시기할까봐 장미는 가시로 무장하고
찔레꽃은 십리 원근 제 향기를 날려보낸다
송이 꽃이 모두 새 소식인 꽃의 탑신은 열흘 동안의 축포다
과일 접시만한 마당에 당도한 천 필의 아침
곤충의 피는 희고 내 피는 붉다
아침을 그릴 수 있는 말이 사전에는 없어
그의 입술, 그의 눈, 그의 가슴을 흉금에만 묻어놓고
오늘 아침은 내 생애 첫 손님이라고 쓰고 연필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