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낮달 / 장옥관

김욱진 2019. 7. 2. 09:28

 낮달

 장옥관

 

  시집간 엄마 찾아간 철없는 딸처럼, 시누이 몰래
지전 쥐어주고 콧물 닦아주는 에미처럼
  나와서는 안 되는 대낮에
  나와 떠 있다
  떠올라서는 안 되는 얼굴이, 맑아서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어도 없는 듯 지워져야 할
  얼굴이 떠 있다
  화장 지워진 채, 마스카라가 번진 채
  여우비 그친 하늘에
  성긴 눈썹처럼, 종일 달인 곰탕 속 빼죽이 솟은
턱뼈처럼 나와 걸려 있다 

 
-계간『시와시학』(2012,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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