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장옥관
시집간 엄마 찾아간 철없는 딸처럼, 시누이 몰래
지전 쥐어주고 콧물 닦아주는 에미처럼
나와서는 안 되는 대낮에
나와 떠 있다
떠올라서는 안 되는 얼굴이, 맑아서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어도 없는 듯 지워져야 할
얼굴이 떠 있다
화장 지워진 채, 마스카라가 번진 채
여우비 그친 하늘에
성긴 눈썹처럼, 종일 달인 곰탕 속 빼죽이 솟은
턱뼈처럼 나와 걸려 있다
-계간『시와시학』(2012,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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