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는다
이규리
웃어도 찔끔, 걸을 때도 찔끔, 긴장하면 주룩 샌다는 일흔 어머니 요즘 우울하시다 세상에는 비도 새고 날도 새고 비밀도 새지만, 새는 것은 분명 누군가를 뭔가를 젖게하지만, 오줌이 새는 일은 치사하게 김새는 일이다 집 안의 틈 모두 막아내다가 생고무 같던 어머니의 막이 너덜해졌다 모로 누운 저 축축한 잠이 가파르고, 아무도 막아주지 못한 생애의 저음부, 수고는 꼭 따뜻하게 되돌아오는 것만은 아니다 어머니 숨어 기저귀 차다가 화들짝 놀란다 나, 저 물컹한 자리 닿지 않았음 좋겠다 짓무른 아랫도리처럼 눈가가 불그레한 어머니, 혼자 오래 젖는다
시집『뒷모습』(램덩하우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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