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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나무의 고백 / 복효근

어느 대나무의 고백복효근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내게서 대쪽 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고백컨대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허리뼈가 뻐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제 때에 이냥 베어져서난세의 죽창이 되어 피 흘리거나태평성대 향기로운 대피리가 되는정수리 깨치고 서늘하게 울려 퍼지는 장군죽비하다못해 세상의 종아리를 후려치는 회초리의 꿈마저꿈마저 꾸지 않는 것은 아니나흉흉하게 들려오는 세상의 바람소리에어둠 속에서 먼저 떨었던 것이다아아, 고백하건대그 놈의 꿈들 때문에 서글픈 나는생의 맨 끄트머리에나 있다고 하는 그 꽃을 위하여시들지도 못하고 휘청, 흔들리며, 떨며 다만..

♧...참한詩 2025.04.05

꽃향시향-대나무꽃

대나무꽃  “대나무도 꽃이 핀다. 그러나 열대 지방의 대는 곧잘 꽃을 피우나 우리나라 같은 데서는 매우 보기 어렵다. 식물인 이상 꽃은 반드시 피우는데 언제 피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영양의 부족 때문이라든가 태양의 흑점에 관계가 있다고도 하나 확실한 증거는 없고, 일본에서는 대꽃이 피면 기근이 있다고도 하는데, 전설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나무에 꽃이 필 때는 대숲 전체가 뿌리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늙은 대나무도 어린 대나무도 일제히 피고 그 후는 전부 시들어 죽는다.”― 동아일보, 1956년 10월 15일“경북 칠곡군 인동면과 고령군 고령면 일대에 대나무꽃이 피어 주민들은 대나무 꽃이 피면 흉조라고 옛 미신을 믿고 있는 듯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경북도경은 12일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대나무는 영물인 봉..

♧...자료&꺼리 2025.04.05

로또를 포기하다 /복효근

로또를 포기하다복효근​똥을 쌌다누렇게 빛을 내는 황금 똥깨어보니 꿈이었다들은 바는 있어 부정 탈까 발설하지 않고맨 처음 떠오르는 숫자를 기억해두었다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어려운 두 누나 집도 지어주고자동차를 바꾸고 아내도아니, 아내는 이쁜 두 딸을 낳아주었으니남 보는 눈도 있고 하니 좀 더 생각해 볼 것이다직장도 바꾸고물론 시도 쓰지 않을 것이다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시인이라는 이름이 버겁기만 하고머리털 빠지는 그 짓을뚝심 좋은 이정록 같은 이에게나 맡길 것이다내일 퇴근길에 들러서 사 올까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어디서 로또를 사지또 뭐라고 말해야 할까 똥 꿈을 꾸었다고 쑥스럽게그건 그렇고 내가 부자가 되면화초에 물은 누가 줄 것이며 잡초는 어떻게 하고…안 되겠다로또를 포기하기로 했다나는 갑부가 되지 말..

♧...참한詩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