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나무의 고백복효근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내게서 대쪽 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고백컨대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허리뼈가 뻐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제 때에 이냥 베어져서난세의 죽창이 되어 피 흘리거나태평성대 향기로운 대피리가 되는정수리 깨치고 서늘하게 울려 퍼지는 장군죽비하다못해 세상의 종아리를 후려치는 회초리의 꿈마저꿈마저 꾸지 않는 것은 아니나흉흉하게 들려오는 세상의 바람소리에어둠 속에서 먼저 떨었던 것이다아아, 고백하건대그 놈의 꿈들 때문에 서글픈 나는생의 맨 끄트머리에나 있다고 하는 그 꽃을 위하여시들지도 못하고 휘청, 흔들리며, 떨며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