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골목들 / 이하석

김욱진 2019. 6. 28. 16:05

골목들

이하석

 

뜯어내는 집이

황혼 같네

기둥과 대들보의 근육들이

뒤틀렸네 추억처럼

돌이킬 수 없어 보이네

 

그러나 다 들어내진 않고

 

교묘한 손질로 겨우

정서의 높낮이를 다시 짜 맞추네

 

그 옆으로는 시멘트로 깁스한 건물들,

추억 파스로 땜질하고 덧댄 상처들의 건물들이

제화점들, 성인텍들과

서로 한 동네로 간섭하네

 

전쟁 통에 밀려와 쓸리던

화가와 시인들이 떠난 다방 자리도

엇나간 풍경으로 기울다가

리모델링 되어 카페들로 거듭나네

거기 무슨 색들과 말들이 더 남았을까

나는 기웃거리며 뒤적이며

무너진 추억의 퍼즐조각들을 줍게 될까?

 

바랜 향촌동 골목들이여

오래 속 끓이고 전전긍긍하던

우리 추억의 실핏줄들이여

황혼같이, 리모델링을 거듭하여 되새기는

이상한 새것의 껍질들이여

추억만 덕지덕지한 근대의 현대여

 

숨바꼭질처럼,

늙은 가수의 노래처럼,

황혼같이,

밤을 꼬박 새운 아침같이,

여전히 숨어드는 생들을

더욱 더 가지고

내다보는 이들이여 

 

계간 시와 반시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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